[The Ocean+ 정하룡 칼럼니스트] "스테이블코인= 가상자산일까? 유형자산일까?"
지구촌의 '스테이블코인' 열기가 심상찮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이어 미 상원 토론종결 투표에서 지니어스법(스테이블코인 관련법)이 가결돼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 생태계가 법제화되면 페트로달러가 달러를 기축통화의 반열에 올렸던 만큼이나 달러의 지위를 한층 더 강화하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진행형인 '지구촌 3대 전쟁(관세,환율,화폐)' 중 기축통화의 코어를 장악하게 된다.
이미 지구촌 스테이블코인 시장규모는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약 2400억달러(약 335조원)에 이른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향후 3년 내 2조달러로 팽창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미 한국 내에서도 올해 1·4분기 5대 가상자산거래소의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모는 57조원에 달한다.
"디지털자산은 더 이상 변방의 실험적 수단이 아닙니다"
10일,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과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 등을 골자로 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대표발의하면서 한 말이다.
앞서 6일에는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이 대통령실 정책실장으로 선임됐다. 김 실장이 지난 3월에 보고된 '원화 스테이블코인 필요성과 법제화 제안' 내용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과 상통한다. 이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에도 원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를 꾸준히 밝혀왔다.
스테이블코인은 특정 자산(법적화폐 등)에 가치를 연동한(패깅) 가상자산(암호화폐)이다. 'stable+coin' 합성어로 '디지털자산'으로 민간이 발행하고, 일반 암호화폐와 다르게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에 가치를 연동시키기 때문에 가격 변동폭이 낮고 안정적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발행 주체·투명성·준비금 관리방식 등에서 차이는 있지만, 스테이블코인이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법으로 실제 법정화폐를 담보로 잡는 방식이 있다. 가령 투자자가 1달러를 예치하면 그에 상응하는 1개의 코인을 발행하고, 마치 선불카드처럼 1대1 교환 가능한 방식이다.
또 다른 가격 안정화를 위해 고도의 알고리즘에 기반한 발행 방식이 있다. 시장 상황에 맞춰 자동으로 코인 수를 조절하며 가격을 맞추는데, 만약 알고리즘 실패의 경우 가격이 붕괴할 위험도 존재한다.
"국경 없는 송금..."
기존의 현금을 사용하면 되지 굳이 낯선 "코인이냐...?"는 질문에 즉각적으로 '국경 없는 결제 수단'으로 대답할 수 있다.
해외 송금, 온라인 결제, 디파이(DeFi·탈중앙 금융) 등에서 빠르고 저렴한 거래 수단이다. 인플레이션, 금융 소외, 국제 송금 비용 등 고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365일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현 금융권보다 수수료 싸고, 즉시 송금 가능하다. 게다가 이자수익까지 가능하다.
발행자의 경우에 돈이 들어오면 1스테이블코인이 1달러의 가치를 유지(페깅)할 수 있는 준비자산을 보유해 1대1 교환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현금으로 보관할 수도 있지만, 단기 국채 등을 매입해 이자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늘어날수록 이자수익도 커진다. 일부 이익 배분도 한다. 이용자와 발행자에게 모두 매력적인 방식이다. 이것이 스테이블코인이 크립토 시장의 기축통화로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발행자가 리스크 높은 자산에 투자하면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어 연계자산 규정이 명확해야 하고 투명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스테이블코인은 민간기업이 발행하는 사적 화폐이기에 발행 단계에서 승인을 받고 정기적인 감사 등은 필수불가결하다. 또 국가 간 거래는 '외환거래법' 등의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하루 1만달러 이상 해외 송금 시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최대 3년의 징역형 등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미국 글로벌 결제 기업 페이팔PayPal은 자체 스테이블코인 'PYUSD'를 발행해 실거래 결제를 실행 중이며, 실물거래에 디지털화폐를 적용하고 있다.
2023년 140%를 넘는 초인플레이션을 기록한 아르헨티나는 자국 통화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 달러처럼 사용하고 있다. 특히 USDT는 현지 암호화폐 거래량의 절반을 차지하며, 일상적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는 지난 2022년 유엔난민기구(UNHCR)는 스테이블코인 'USDC'를 난민 지갑에 직접 송금한 바 있고, 나이지리아에서도 주요 금융 수단이고, 싱가포른 현지 기업들은 싱가포르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XSGD'를 결제와 송금에 도입해 사용중이다.
전통적인 해외 송금 수수료보다 훨씬 낮은 비용과 빠른 거래 속도를 이유로, 전체 암호화폐 거래의 40% 이상이 스테이블코인이 통용되고 있다.
"기회와 위험은 같이 가는 것일까...?"
'컨틴전시 플랜'은 선택의 차원이 아니다. 시장에서 담보가치가 급격히 떨어져 '디페깅' 사태를 만났을 때 기초자산을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을지, 사용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보호장치가 있는지 등 스테이블코인의 맞춤형 예금보험 개발 제언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사용자들은 스테이블코인과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개념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둘 다 '디지털화폐'지만, 발행 주체와 목적, 설계 방식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스테이블코인이 ‘사설 디지털 화폐’라면 CBDC는 ‘공공 디지털 화폐’인 셈이다. CBDC는 통화정책 수단으로 국가 경제운영과 연결되는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탈중앙성과 글로벌 확장성 측면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지급준비금 등 대규모 결제는 CBDC가 소액결제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이원화하는 방법도 고려해봄직하다.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두고 '위험과 기회' 사이에서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및 정치권이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의 경우,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신중하게', CBDC 활성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2025 BOK 국제콘퍼런스 일정 중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준 이사와 대담 자리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의 대체제라 비은행 기관이 마음대로 발행하면 통화정책 유효성을 상당히 저해할 수 있고,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손쉽게 거래하며 자본 규제 회피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부터 CBDC 연구와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2025년 4월부터는 7개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BNK)이 참여한 '프로젝트 한강'을 통해 실거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부터 '가상자산위원회'를 설립하고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 입법 논의에 대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8일 경제 유튜버들과 대담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도 만들어놔야 소외되지 않고 국부 유출도 막을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과 제네바 합의와 양국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이행할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Reuters이 발표한 메시지다.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 1차 회담에서의 합의 후, 미국과 중국이 영국 런던에서 이틀간 진행한 2차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도출된 합의를 발표한 것이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조치는 이전 데탕트(긴장완화) 이후 최근 몇 주간 상승세를 보였던 구불구불한winding 무역전쟁의 가장 최근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지구촌 촌장들은 중미의 패권 싸움을 지켜보면서 '국가 안보와 경제 안보 차원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공동 인식을 바탕으로 공급망 다변화 일정표를 마련할 계획'이란다.
이 대통령도 타국 정상들처럼 '의존과 독립'의 세계를, 'stable+coin과 CBDC'의 세계를 날아야 한다. 기회가 될지, 위험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도전해야만 시점이다.